눈을 뜬다.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아침이다. 몸도 개운하고 가벼워진 느낌이다. 더듬더듬 머리맡에 둔 안경을 찾는다. 그런데 안경이 없다. 침대에서 내려와 책상을 찾아봐도 안경이 없다. 못 보던 책상이다. 아니..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어머니를 찾았다. “엄마~ 내안경 못 봤어??” 대답이 없다. 거실에 나가보니 어머니는 또 어디선가 본 듯한.. 강아지를 안고 있다. 다시 물었더니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내안경~..” 조금 죽어가는 목소리 호소해도 듣는 척도 하지 않는다. 그리곤 한소리 하셨다. “야. 뭔 어린애가 벌써 안경이야~”.. 살짝 신경질이 났지만 오늘따라 개운한 아침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방으로 들어간다. 침대에 멍하니 누웠다.. 높다란 천장위에 벽지의 무늬들이 보인다.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미키그림....... 미키그림... 미키??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유난히 눈이 밝아졌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주변을 둘러본다. 뭔가 이상하다. 뭔가가 아니라 모든 것이 다르다. 가방부터 침대까지.. 반사적으로 거울을 찾았다. 익숙한 어린아이의 얼굴. 가끔 사진첩 속에서나 보던 그 아이가 거울속에 서있다. 정확히 나의 유년시절이 그곳에 서있다. 아주 얼빠진 표정으로..

생각을 정리하곤 침대에 걸터앉았다. 확실한 것은 한가지다. 다시 과거로 내가 돌아와 있다는 것. 곧 밀어닥칠 취업난과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불안함으로 하루하루 힘겨웠던 내가 아니라 그저 튼튼하게만 자라기만 해도 칭찬받는 어린아이가 된 것. 가슴이 벅차오른다. 지나버린 내 과거. 이미 끝나버린 시간이 다시 나의 손에 들려있다. 진정 지금이 꿈이 아니길 바라며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 노력한다. 확실히 꿈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야~” 환희에 찬 외침과 함께 침대에서 뒹군다. 베개에 머리를 파묻고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로또 번호나 쫙~ 적어 놓을걸...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물론 재입대라는 암울한 미래도 함께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이 내게 주어졌기에..

부모님이 생각난다. 참.. 어지간히도 애를 많이 먹였던 아들인데..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젊어진 어머니의 모습. 기분이 너무 좋아진다. 날아갈 것 같다. 이제는 잘하리라. 부모님께도 잘하고, 친구에게도 잘하고, 마지막으로 내 자신에게도 잘하리라. 젊은 시절에만 허락된다는 게으름. 그 게으름의 쓴맛을 아는 나. 25년 살아왔던 그 여정이 부끄럽지는 않았지만 가슴속에 쌓여가는 후회와 아쉬움은 날 괴롭혀 왔었다. 하지만 이제는 새로운 시작이 내게 허락됬다. 좀 더 인생을 솔직하게 살자고 다짐한다.

“아침 먹으러 와~” 부엌에서 어머니의 부름이 들린다. 너무나도 상쾌한 아침이다.

Posted by c.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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