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아버지께 가족들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은게 있다면 그건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할아버지의 남들과는 조금 달랐던 인생이다.
강원도 태생으로 젊어서는 방앗간을 운영하셨던 할아버지는 나름대로 강원도 영월에서는 남부럽지 않게 5남매를 양육하셨다. 하지만 사람이 풍족해지면 더 높은 곳을 바라보게 되듯이 할아버지는 자녀들의 교육문제와 강원도의 혹독한 겨울을 떠나고자 고민한 끝에 방앗간을 처분하시고 따뜻한 남쪽인 부산으로 모든 가족들을 이끌고 내려오셨다. 시골에서 막 내려오셨던 할아버지는 큰 뜻을 품고 사업을 동업자와 함께 벌이셨는데 그만 동업자의 배신으로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으셨다. 할아버지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급속도로 궁핍해진 가계를 돕고자 할아버지는 소아마비 때문에 걸음이 많이 불편하셨지만 양발가판대를 시작하셨다. 할머니 또한 덩달아 힘겨운 생활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으셨다. 요즘도 종종 그때 그 시절의 5남매와 할아버지 이야기를 하실 때면 눈물을 훔치시곤 하신다. 그때마다 얼마나 힘드셨기에 매번 눈물을 멈추시지 못할까? 하며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아픔에 대해 생각해 보았었다. 아무튼 그렇게 할아버지는 5남매를 키워내셨다. 물론 큰아들이었던 내 아버지의 대꾸 없는 희생이 필요했지만(큰아들로서의 당연한 처사였다고 아버지는 말씀하신다.) 할아버지의 교육에 대한 끊임없는 열정과 지원은 자식들의 대학진학과 성공적인 사회로의 진입을 성공케 하셨다. 식사를 굶더라도 할아버지는 자식들에게 항상 책을 챙겨주시고 사주셨다. 지금의 극성적인 부모들과는 다른 차원의 자녀를 향한 교육의 열정이고 부모로서의 당연한 의무를 다하신 것이다.
생계와 함께 자식농사에도 최선을 다하셨기에 이후에 내 아버지와 형제들이 할아버지께서 부모로서의 의무를 다 하셨듯이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을 본다. 모든 가족의 대소사를 지금까지도 주관하시고 조언을 아끼시지 않는 나의 할아버지. 중년이 넘은 자식들의 아버지로서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시는 할아버지께 난 인생의 값지고 진정한 성공을 보는 것 같다.
한 남자로서의 성공이 높은 자리와 좋은 차와 멋진 여자라면, 한 아버지로서의 성공은 나의 할아버지께서 우리 아버지께 보여드렸고 나의 아버지께서 나에게 보여주시고 있다.
낚시를 너무 좋아하셔서 그게 딱 하나 단점이라는 할머니의 말씀처럼 우리 할아버지는 인생의 모든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그리고 낚시줄을 잡아당겨야 할 때를 아는 진정한 강태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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